“투투 대주교님과 평화의 행진을 떠나요.”

1. 투투 대주교님이 한국에 오신다고.
2009년 10월 13일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신 남아프리카 투투 대주교님(Archbishop Rt. Reverend Desmond Tutu)이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투투 대주교님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 반대운동에 이바지한 공로로 1984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성공회 주교이다. 현재 투투 대주교님은 “전쟁없는 세상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캠페인의 일환으로 10월 13일 분단국가인 한반도를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전쟁없는 세상 캠페인”은 전 세계에 퍼져있는 "전쟁없는 세계연합"을 중심으로 오는 10월 2일 간디의 생일이자 세계비폭력의 날을 시작으로 90일 동안 160,000Km 세계를 돌며 평화와 비폭력의 행동을 옹호하고 무기경쟁의 철회, 소수자 인권에 대한 배려, 평화를 위한 정치지도자들의 결단촉구, 평화활동단체의 공동연대 강화 등을 목적으로 천만이 넘는 세계시민들이 참여하는 평화순례 캠페인이다. 이러한 캠페인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90일 동안 진행되는 순례의 행진이 이루어지는 여정은 뉴질랜드에서 시작하여 6대륙 90개국을 돌아 2010년 1월 2일 남미의 칠레에서 끝맺게 되는 긴 과정이다.

현재 이러한 캠페인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로 투투 대주교님을 비롯하여 아시아 최고의 지휘자로 평가받는 주빈 메타, 생물 고고학자인 르네 보브, 스님이자 버마 평화와 자유운동 창설자아신 소파카, 유럽 의회 의원인 비토리오 아그놀레토 등 다양하고 저명한 정치인, 종교인, 학자, 활동가, 음악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2. ‘2008년 제 1회 평화학교’를 끝내고.
작년 11월 26일부터 12월 28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성공회 청년 12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 1회 평화학교가 진행되었다. 이는 2008년 9월 9일에 열린 제 3차 성공회 평화통일선교특별위원회(TOPIK, 위원장: 박경조 주교)의 결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갈등지역에서의 피스메이커(Peace Maker) 역할은 교회의 주된 사명이고 그리스도교 신앙에 입각한 평화에 대한 지식, 태도, 그리고 기술을 익히어 이 땅의 평화를 일궈가는 일꾼들을 양성하는 일은 당연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다.

평화통일선교특별위원회(TOPIK)과 비폭력평화물결이 함께 진행한 평화학교는 교육프로그램과 실천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교육프로그램으로 비폭력대화(Non Violent Communication)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억압과 소외, 상처와 공포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남에게 공감하며 경청하는 기술로서 공감적 대화를 함께 배웠고 폭력의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언어의 힘을 이해하고, 그 대안으로서 비폭력의 가슴언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함께 익혔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서 머물렀지만 우리의 일상에 아주 큰 도전을 주는 기회가 되었다. 실천프로그램으로 두 가지 활동을 진행하였다. 2008년 11월 16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성공회가 공동 주관한 2008 다문화 평화축제(Multi-cultural Peace festival) “아시아인의 종교와 문화 한마당”에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11월 28일 북한 개성 봉동마을에 연탄을 나누는 “북녘 연탄나눔운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이 땅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다양한 이웃들을 만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화학교는 끝났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 더 잘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안타까움도 남는다. 우리 성공회의 현실과 이 시대 청년들의 현실을 직시하며 몰려오는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 성공회 청년들을 대상으로 작게나마 평화학교를 진행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요즘처럼 개별화 경향이 심화되고 교회 내 청년층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10여 차례 함께 모여 배움의 기회를 가졌다는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긴 여정의 첫 걸음마를 뗀 것일 뿐이다.


3. 2010년 ‘제 2회 평화대회’를 기다리며.
이 땅의 평화를 위한 선교사역은 우리 교회의 사명임을 고백해 왔다. 주님은 십자가 고난에 앞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요한14:27) 우리 모두는 주님께서 주시는 값진 평화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것은 세상의 권력가들이 만들고자 하는 평화와는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를 통해 이 땅의 이웃들과 주님의 평화를 나누고자 한다.

2007년 11월 우리는 이 땅의 평화를 향한 선교적 열의와 비전을 담아 ‘제 1회 세계성공회 평화대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그리고 이러한 평화대회의 결실로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평화통일선교사업을 수행할 기구를 만들고 일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미 우리의 활동은 세계성공회에 널리 알려졌고 우리를 향한 세계성공회의 관심은 고조되고 있다. 특별히 지난해 7월 세계성공회의 주교들이 함께 모인 람베스회의에서는 대한성공회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통일선교에 적극 동참하고 협력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바 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 수 없다.

냉정하게 지난 평화대회를 돌이켜 보건데, 아래로부터 형성되어온 우리의 고민과 내용은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한국사회의 슬픈 사연과 평화를 향한 노력을 보여주는 데 머물렀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성공회가 역사의 한 복판에서 직접적으로 이 땅의 평화를 향해 몸부림쳤던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담아내야 할 내용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2010년은 대한성공회 선교역사 120년이 되는 해이다. 12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우리의 선교적 사명과 그 결실을 낫낫치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그 자리가 바로 ‘제 2의 평화대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4. 2009년도 성공회 평화물결이 넘실대는 해를 기약하며.
기축년 새해의 첫 출발은 밝은 소식보다는 어두운 소식들로 시작되었다. 경제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위정자들에 대한 민심의 실망감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소식이 들여왔다. 남녘과 북녘이 자꾸만 멀어진다는 소식이 들여왔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던 곳에서는 전쟁이 발발해 수많은 민간인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둠은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고 성서는 증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두운 소식들로 가득 찬 이 때 주님의 교회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2009년 10월 13일,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투투 대주교님이 이곳에 오신다는 소식이다. 비록 제 1회 성공회 평화학교가 지극히 작은 몸짓에 머물고 말았지만, 그 첫걸음을 뗐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이제 2010년이면 우리의 역사가 120년을 맞이하게 된다. 하기에 이미 시작한 2009년은 사뭇 기대된다. 무슨 내용으로 채워야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이러한 기대감을 평화를 향한 열정으로 채워봄은 어떨까! 2009년 10월 13일 투투 대주교님과 함께 평화의 행진을 떠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주도에서 부산과 대전을 거쳐, 서울을 지나 파주에 이르기까지 우리 성공회 안에 평화물결을 만들어 보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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