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상대방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 평화의 첫걸음
사실 성공회 평화학교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평화에 대한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이렇게 거의 10주간을 걸쳐 평화학교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는 사실에 나로선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평화학교 초기엔 열 사람 남짓한 소수 모임에다가 다른 성공회 교회 청년들도 같이 할 뿐더러 왠지 평화란 주제가 식상할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평화라는 단어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멀다고 느껴지는 것 보다는 거의 관심 자체가 없었다. 내 주위에 같은 또래들이 그러하기에 나도 그런 것일까. 어쩌면 이 단어가 정말 지금의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 멀기에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고민과 망설임, 그러나 봉천동 식구들의 설득 끝에 평화학교에 입문하게 되었다. 평화학교 첫 시간이 매우 인상 깊었다. 평화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이미지를 알아보고, 토론하면서 나뿐만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알 수 있게 되어서 신기함과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평화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해본 것 외엔 이렇게 구체적이고 여러 상황이나 현실에 빗대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부분을 남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다름"을 배울 수 있었다.
특별히 평화학교 일정의 후반부에서 MBTI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내 자신을 알아보고, 다양한 성격유형들을 접하고 알아나가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사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던 것들이 많았는데, MBTI 검사를 통해 내 성격유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듯하다. 물론 이 검사가 매우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나뿐만 아닌 다른 사람들의 성격유형을 파악할 수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유형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먼저 알아야 상대방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평화란 단어가 그러했듯, '비폭력대화'란 말 역시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횟수를 거듭할수록 비폭력대화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비디오를 찍듯이 상대방의 언행을 잘 관찰하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느낌 이면에 숨겨져 있는 욕구를 찾아내어 정중히 표현하는 일. 이것이 비폭력대화의 기본 과정이라는데, 정말이지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익숙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물론 10회의 과정을 통해 이 모든 것이 몸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겠지. 그러나 마지막 모임에서 이르러서는 좀 알 것 같았다. 무엇이 평화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비폭력대화인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먼저 알고 상대방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서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평화의 첫걸음이라는 강사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평화학교는 끝났다. 긴 것 같으면서도 너무 짧은 시간인지라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과 복잡함이 남아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참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들지만, 다른 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서로에 대해 배워나갔던 점, 그리고 나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는 흥미가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특히 평화학교의 한 과정으로 북한에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아직은 북한 사람들과 대화할만한 용기가 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 이웃이기에 지금의 이 경험이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끝으로 이렇게 적은 인원이었지만 모두 함께 기쁜 마음으로 평화학교를 마칠 수 있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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