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반가움은 북녘에서도 어김없었다. 평양시내로 들어가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북녘의 들판은 토실토실 잘 익은 벼들로 가득했다. 우리를 환영하고 있는 것 마냥 새색시처럼 곱게 단장하고 있는 가옥들도 간간이 눈에 들어 왔다. 지리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거리이지만 찾아가기 너무 멀고 함께 하기에 두렵던 평양의 얼굴이 들어나는 순간 마음의 경계심이 녹아내렸다. 사뭇 초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떠나서 만난 낯선 도외지가 신선했듯 한 장면 한 장면이 신선했고 기억 넘어 어렴풋이 남아 있는 장날의 읍내 풍경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3박 4일의 일정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첫 만남 치고는 참 짧은 만남이었다. 함께 간 일행은 총 130여명, 이 중에서 7명이 우리 성공회 식구들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처음으로 이루어진 공식적인 대규모 방문이었기에 많은 언론인들도 함께 하였다. 이들은 평양의 모든 것을 영상에 담으려고 분주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김정일 와병설에 대한 소문을 확인하려고 주민들에게 다가서기도 하였다. 기대했던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평양의 하루는 평온하였고 그 어떠한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양의 밤은 매우 길다. 휘황찬란한 레온사인이나 야광은 찾아볼 수 없는 적막함이 가득한 밤이었다. 집으로 연락할 핸드폰도 없다. 그 많은 국제전화 번호 속에는 대한민국만 빠져있다. 텔레비전을 통해 흘러나오는 BBC방송을 통해 서울의 날씨와 축구선수 박지성의 소식을 들어야 하는 적막한 밤이었다. 적막한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 어디론가 일터로 떠나는 평양시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기만 하다. 차를 기다리려고 길게 늘어선 버스 정류장 위의 행렬, 등굣길 아이들의 반가운 손짓과 미소. 이 모든 것이 가감 없이 우리들의 눈에 들어온 평양의 풍경이었다.
서울을 향해 올라선 대한항공에서 내려다본 북녘의 땅은 노란 물빛으로 가득했다. 올해는 큰물피해가 없어 다행이었다는 북측 관계자의 말이 사뭇 기쁨으로 마음에 밀려왔다. 그래 더 이상은 어려움이 없어야지 하며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좋은 날씨와 오곡백과 풍성한 결실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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